
넷플릭스 영국의 4부작 드라마 ‘소년의 시간’이 국내에서 ‘폭싹 속았수다’가 몇 주간 실시간 1위를 하는 동안 세계 1위를 4주간 석권했다고 한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소년의 시간이라는 드라마를 폭싹 속았수다와 비교하며 다음과 같이 평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세대 각기별 인생의 세태와 감정을 중심적으로 전개한다면, <소년의 시간>은 SNS에서의 성범죄와 학교폭력 그리고 공권력의 축소로 인한 어른의 책임에 대한 무거운 의식과 생각을 전달하는 주제의식으로 전 세계의 시청자로부터 공감과 큰 지지를 얻었다.
소년의 시간이라는 작품의 핵심을 잘 짚어낸 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건 전세계의 시청자들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는 한 소년이 한 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체포를 당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어 수사가 진행되며 망가진 공교육과 공권력, 가해자의 인권 존중으로 오히려 피해자의 인권이 무시 당하는 시대상 등을 무겁게 풀어가고 있다. 그런데 전세계의 시청자들이 이런 스토리에 공감했다는 것은 곧 전세계의 많은 국가와 사회가 이와 비슷한 교육적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말이므로 참으로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교육계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특히 드라마에서 영국의 한 공립학교가 꽤 긴시간 배경으로 나오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 장면은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영국은 오래 전부터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사회 전체에서 비판했던 나라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유명한 락밴드인 핑크 플로이드가 당시 영국의 교육을 마치 벽돌을 찍어내는 공장에 비유하는 노래를 앨범에 실었을 정도였다. 워낙 유명한 곡의 제목은 바로 ‘Another Brick In the world’ 다.
그런데 2025년의 영국의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를 보니 수십년 전에 그런 문제의식을 가졌던 영국의 공교육이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참담한 수준으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 학교의 가까운 미래 또한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의 학교는 학교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교사는 그것을 제지하지 않는다. 교실에서는 영상으로 대체하는 수업이 대부분이고 수업 중 학생들은 엎드려 자거나 뒤에서 무리를 이루어 잡담을 하고 있다. 교실마다 조용히 하라는 또는 그만 하라는 외침에 가까운 교사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학생의 빈정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 교사의 제지에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이 장면들은 왠지 어디선가 보았던,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 아닌가?
심지어 경찰이 수사를 위해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협조를 요청하지만 경찰의 말 중간 중간에 말장난을 하며 비웃고 비꼬는 학생들로 인해 형사들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다.
학교가 교육은 커녕 아이들을 통제조차 할 수 없고 그래서 교사들조차 가르치기를 포기해버린 어느 학교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묻는다.
과연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건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의 교육도 뒤따라 향해가고 있는 방향인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드라마는 촬영 기법 면에서도 독특한 점이 있다.
롱테이크 또는 원테이크 촬영이라는 기법인데 영화 <샤이닝>이 이 기법이 적용된 유명한 영화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소년의 시간>의 원테이크 촬영은 그 한 테이크의 분량 면에서 샤이닝과 같은 영화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어떻게 그 긴 대사와 장면을 외워 연기했는지가 신기할 정도.
이런 촬영기법의 묘미도 감상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바람직한 사회와 교육에 대한 신랄한 질문을 던지는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을 꼭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