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면 매년 심폐소생술 연수를 받게 된다. 3시간 연수를 진행하며 최근에는 공공기관을 비롯한 곳곳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필수연수를 진행하고 있기에 나도 언젠가부터는 매년 연수를 받고 있다.
응급조치 면책 조항
심폐소생술 연수를 받으면서 강사들이 언제나 말하는 응급조치에 관한 법률 중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조항이 있다. 주로 서두에 심폐소생술은 해도 법적 책임은 없으므로 심폐소생술로 인한 갈비뼈의 손상、 심정지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로 인한 상해 등을 입히더라도 법적 책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강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직접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찾아보았는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법률조항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아래 부분이다.
응급의료 및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중략)
실제 법률 정보에서 찾은 원문 내용은 아래 추가한다.

내용인 즉슨, 상황에 따라 민사적, 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심폐소생술 실습과 연수, AED 실습을 모두 마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물었다.
응급조치 중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한 중대한 과실이란 어떤 것인가?
그랬더니 연수 진행자의 답변
민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면책이어려울 수 있지만 형사적 책임을 거의 면책된다.
와우! 민사적인 부분은 얼마든지 고의 또는 중대적 과실로 주장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응급조치자의 과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적 책임은 거의 면책된다라… 형사적책임은 당연히 면책되야 하는 것 아닌가?
법조항에 대한 것을 그렇다 치더라도 이 답변을 듣고 화가나는 부분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 등을 포함 응급조치에 대해 전혀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는 듯이 강의연수를 진행한 부분이다. 굉장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누군가가 심폐소생술 연수에서 들은 강의대로 실제로 응급조치를 했는데 이것에 대한 형사적 민사적 책임을 받게 된다면 이 일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 걸까?
물론 나름 조사를 해보니 실제 판례에서 응급조치로 인한 중대한 과실로 판결한 사례는 통계적으로 미미한 것 같다. 실제 사례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런데 조사를 하다보니 전혀 그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이 부분은 실제 판례를 찾게 되면 추가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질 수도 있는 법적책임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은 심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매년 받은 심폐소생술 연수에서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말해준 강사가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 이건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물론 그 의도가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 어떤 법적 책임도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그런 의도에서 법적 책임을 일부러 감춘 것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그대로 밝히면 누구도 응급조치를 하기를 꺼려 할 테니까.
하지만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자. 그러다가 심정지 환자는 목숨을 잃었고 유가족은 법적인 책임을 물었으며 응급조치자가 적절한 응급조치라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 책임을 지게 되었다면?
도리어 남을 도우려 한 사람이 피해를 받고 민사적, 형사적 피해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게 되고 그들의 삶이 무너지게 된다면 그 책임을 다 어떻게 지려고 하는지?
결론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응급조치에 의한 사망, 상해,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 응급조치자는 민사적 형사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다만 과실을 인정한 판례가 적고 정황상 면책될 확률이 높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심정지 상황을 비롯한 응급상황에서 자신의 판단에 확신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처벌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해 득실을 따지는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응급조치에 당연히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응급조치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자신있게 권유하고 싶으면 법을 빌미의 여지가 없이 수정해서 선의로 응급조치를 시행한 일반인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법이 적극적으로 응급조치를 하기엔 여전히 미흡하다. 그러면 법을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강의를 진행하는 측에서도 그 법적인 미흡함을 은근슬쩍 감추고 무책임하게 적극적인 응급조치를 부추기는 연수는 그만하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바탕으로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