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교육청에서 관내학교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의 통합맞춤교육 성과발표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성과발표회에서 우수사례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직접 지어준 교사의 사례였다는 점이었다.

구체적으로 해당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이런 사업을 진행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교사가 직접 아침밥을 준비한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아침밥을 주는 학교와 교실을 만들겠다라는 구호를 언젠가 누가 뜬금없이 언급했던 기억이 언뜻 스치는데 언제였더라?)
교육청에서 제시된 자료를 보면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교사 한 명이 준비하면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의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이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본다.
교육청에 따르면 해당학교에서의 아침밥 짓기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과 취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 등교 거부 및 잦은 결석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방안
- 우울하고 태만했던 모습에서 뱃 속 든든, 사랑 가득으로 활기를 불어넣음
- 영양을 고려한 식단 제공 및 아침 학생 상담을 통한 심리적 안정 도모
이를 보는 교사로서는 참 답답한게 사실이다.
해당학교와 교사가 어떤 동기와 배경으로 등교 거부를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밥을 직접 지어 제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단위에서 필요에 의해 이런 사업을 한 것과 교육청에서 우수사례로 소개한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오해를 불러들일 소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침을 학생들에게 손수 지어 먹이면서까지 학생들의 등교거부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한 학교와 교사의 의지와 노력은 칭찬할 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학교를 대상으로 우수사례로 소개한다는 것은 곧 아침밥을 주는 교사와 학교를 사업적으로 우수하게 평가했으며 앞으로도 장려한다는 의미처럼 들린다.
사실 시작부터 좀 어의가 없는게 이건 교육정책이 아닌 복지정책이 아닌가? 학교에서 아이들 아침밥을 교사보고 지어서 먹이게 한다니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일까? 이제 정말로 학교를 교육하는 곳이 아닌 보육소로 만들 참인가?
십분 양보해서 이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만약 정말로 학교에서 아침을 먹이는 사업을 진지하게 추진하고자 했다 쳐보자. 그럼에도 역시 앞뒤 신중한 고려 없이 우수사례라고 소개한 교육청의 판단이 매우 섣부르다는 생각은 여전히 드는 부분이다.
교육청이 만약 해당 학교의 노고와 개인적 노력을 교육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했고 정말로 교육청 차원에서 아침밥을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다면 그것을 사업으로 바라봤어야 하고 현재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차원과 맥락에서 사업을 검토했어야 한다.
즉, 필요 예산과 인력, 시설을 파악하고 모든 학교가 일반화를 시킬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계획을 구체적으로 했어야 하고 그 계획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듣고 검증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하여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따져보면 당연히 답이 안나오는 사업이 될테지만 어쨌든) 그런과정을 거쳤다면 학교와 교사들도 최소한 그 시도에 대해서만은 납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인지의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한 교사의 시간과 노력을 갈아넣어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어느 특정 학교의 특정 교사의 아침밥 짓기 사례를 교육 우수사례로 장려하는 것은 도대체 다른 학교와 교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이렇게 하는 교사와 학교도 있으니 너희도 너희의 열정과 시간을 갈아넣어 이제부터 아이들의 아침밥을 짓도록 해!
이 말 밖에 더 되나? 어떤 교육’지원’청 차원의 지원대책도 없을 뿐더러 그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들이 뽑은 우수사례가 대변해주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 현직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아주 중대하고 규모가 큰 사업의 진행 소식을 공문보다도 뉴스로 먼저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이 말인 즉슨,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중대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현장에 어떠한 예고,의견 수합과정 등의 사전 작업 없이 일단 지르고 본다는 것이다. 공문으로 접해보지도 못한 교육사업을 방과 후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학교와 교사라니… 우습기가 그지 없다.
지난 코로나 때에도 그랬고 최근의 도 단위의 대규모 사업도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일단 질러놓고 뻥진 학교구성원들에게는 결국 구체적 지침도 없이 일단 준비하라는 식이다.
현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교육청에 되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두리뭉술하다.
학교 상황과 융통성에 맞게 어쩌구…
에휴, 그 놈의 융통성…
사실은 중간에 있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대답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위에서는 추진한다고 결정만 할 뿐, 방법은 어떻게든 만들라고 하고 지역교육청은 다시 학교상황에 맞게 융통성 있게 알아서 하라는 식이니.
안그래도 답답한데 왜 요즘은 답답한 소식들만 들리는지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