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부터 준비해왔던 현장체험학습을 우천으로 급히 취소하게 되었다.
체험학습을 취소하게 된 이유
학생들이 외부로 체험을 나서는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실행함에 있어 큰 변수 중의 하나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 날씨라고 말할 수 있다.
당장 야외공간에서 학생들이 체험해야하는 활동이라면 기상 상황에 따라 체험학습의 진행여부가 뒤바뀔 수 있으므로 체험학습 당일의 기상예보는 미리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다음 주에 당장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벼 수확 체험이 반별로 3일에 걸쳐 학년 전체가 체험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날씨 예보를 보니 화창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기상예보가 주말부터 우천예보로 바뀌어 있었다.
체험학습 현장 책임자와는 사전에 준비물과 함께 우천 시 대체 프로그램에 대해 이미 이야기가 끝난 상황이었으므로 사실 비가 오더라도 체험학습을 가면 대체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책임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해본 것이 참 다행인 게 전에 이야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현장 상황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논이 아직 물이 다 마르지 않았으며 (앞으로 비가 올 예정이므로 물이 더 차게 된다는 이야기다) 추가적으로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추가적인 준비물로 장화와 우비를 뜬금없이 안내받았다.
먼저 안내받기로는 학생들은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로 체험을 진행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학생들이 맨발로 신을 수 있는 아쿠아슈즈 등은 잘린 벼에 찔릴 수 있어 위험해서 안되므로 꼭 운동화를 착용하고 오라고 했었는데 불과 며칠을 앞두고 비가 와서 진흙상태가 이미 되었으니 장화를 신어야 될 것 같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준비하라고 하면 준비못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우비는 그렇다치더라도 장화가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현장에 있는 강사들 장화를 벗겨서라도 아이들에게 신기고 장화를 준비한 학생들 것을 돌려가며 학생들이 신으면 체험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잠깐동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참!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 이 담당자는 학교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리퍼 정도라면 몰라도 장화는 고학년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신발이 아니다. 이를 갑자기 준비하라고 하면 장화가 없는 아이들은 분명히 나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녀의 장화가 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미 준비물을 안내한 상태에서 갑자기 추가적으로 장화를 준비하라고 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난감해 할 만한 일이다. 진흙탕이 된 논에 운동화를 신고 보내고 싶은 학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의 장화를 빌려 신고 체험을 하라고 하거나 사이즈가 맞지도 않는 어른의 장화를 대충 신고 체험을 하게 하라고 하다니? 안그래도 논에서 뒤뚱거리는 학생들인데 본인의 사이즈도 맞지 않는 장화를 신었다가 만일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체험이 벼베기 체험이다보니 개인별로 낫을 사용해야 하는데 맞지도 않는 장화를 신고 자세를 잡고 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현장책임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상태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할 경우 위험요인이 너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채팅방을 통해 학년 선생님들과 상황을 공유했다. 선생님들도 당연히 그런 체험학습을 하는 것은 반대라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고 체험학습을 취소하는 것으로 승인을 급히 받았고 지자체와 현장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체험학습 취소조치를 해달라고 전달했다.
일정을 취소할 수는 있지만 변경할 수 없다고 사전에 통보받은 터라 체험학습은 취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쉬운 점
현장체험 진행 주최측에 아쉬운 점은 우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틀 뒤 체험학습을 가는 아이들에게 당장 준비가 어려운 장화같은 걸 갑자기 준비하라고 하면 당연히 준비가 안 될 것은 진행측에서는 반드시 예상했어야 한다.
차라리 진행측에서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학생들이 사용할 장화를 먼저 갖추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특히, 그것이 학생의 안전에 직결되는 준비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주최측은 누군가의 장화를 빌려신고, 어른의 장화를 신긴다니 그야말로 큰 일 날 소리다.
차라리 비로 인해 현장 상황이 장화 없이 진행하기가 어렵고 장화도 준비가 안되는 상황이라면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이라도 충실하게 준비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현장책임자는 계획된 4가지 체험 중 1가지 정도를 할 수 있을까말까 하다는 실망스런 답변이었다. 벼베기, 탈곡, 도정, 줄다리기 중 도정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우천에 대한 대비가 상당히 미흡했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는 사업으로 학교로서는 도정 체험만 해도 비용적인 문제는 없었지만, 학생들이 버스를 힘들게 타고 가서 비를 맞으며 진흙탕을 지나 하는 체험이 고작 도정 체험이라고 한다면 그건 차라리 안하는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서 진행했던 체험에서도 사실 학생들을 좀 더 배려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점들이 꽤 있었다. 아무리 친환경 논이라지만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자갈이나 이물질이 있을지 모르는 흙길을 이동하게 하는 점, 학생들이 체험을 마치고 씻을 공간에 비누 등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채 대야에 물을 가득 떠놓고 바가지로 발을 씻으라고 하게 한 점 등이다.
논의 미세한 흙은 아이들의 발톱에 껴들어가 물만으로는 완전히 씻을 수가 없었다. 학생들은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발을 깨끗이 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이 때도 맨발보다는 장화가 준비되어 있었더라면 오히려 좋았을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안전만큼은 반드시 주최측에서 학교에 확신을 주어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운영을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일단 체험학습 자체가 무료 프로그램이라 지원하는 학교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진행 측에서는 굳이 학생이나 학교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프로그램에 선정된 후 프로그램 일정 조정 요청을 진행측에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업체에서는 다른 학교 일정들로 인해 조정을 해줄 수가 없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어차피 조건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분명 다른 학교의 인솔교사들도 이 체험에 학생들과 참가해보았다면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미 느끼고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이런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을 것이고 분명히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임이 확실이다. 만약 앞으로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계속 체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면 말이다.
이 프로그램이 적어도 10년 가까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경력을 감안해보면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다.
10년이 지나도록 이렇다면 분명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산적인 부족함이라던가 하는 부분 말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든 간에 지금과 같은 식으로 안전에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라면 앞으로 이 체험학습으로 진행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