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들어 첫 단원평가를 치렀는데요. 생각보다 결과가 처참합니다. 20문항을 모두 맞춘 학생은 26명인 학급에서 단 1명에 불과했습니다.
오답을 찬찬히 살펴보고 난 후 내린 결론은 수의 범위와 어림하기 단원에서 학생들이 문제와 어림의 정확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는데 아직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림과 버림, 반올림 자체가 실생활에서 실제로 자주 쓰는 표현도 아닐 뿐더러 수학적 개념 이해를 위해 조금은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혼란이 보다 가중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원에서 제시되는 조건에 따라 수의 범위를 찾아내는 활동을 통해 논리적, 수학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는 단원이므로 실생활과 관련없다고 아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수의 범위와 어림하기 단원에서 학생들이 자주틀리는 문제들과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10명이 틀린 아주 기본적인 문제

위의 문항은 기본 중에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10명이나 틀렸습니다. 와우! 대단합니다! 오답 중에는 34 이하인 수라고 답한 학생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건 문제를 잘 읽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네요.
푸는 방식은 같지만 요구하는 정답이 다른 문제

이 문제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속아버렸습니다. 2번과 3번 각각 8명의 학생들이 틀렸는데요. 재밌는 사실은 2번을 맞춘 학생은 3번을 틀리고, 3번을 맞춘 학생은 2번을 틀렸습니다. 이유가 무었이었을까요?
바로 문제에서 묻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문항은 푸는 방식은 같지만 기입해야 할 답의 형태는 다릅니다. 2번은 숫자를 모두 찾아 써야 하고, 3번은 해당되는 범위의 숫자의 개수를 기입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살짝 꼬아놓은 문제의 속임수에 잘 넘어가곤 합니다. 학생이 스스로 신중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문해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저학년 때 정답을 기입하는 칸이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무슨 말이야면, 2번 문항 같은 경우 그냥 괄호(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괄호 안에 콤마를 친절하게 넣어주는 식입니다.
( , , , )
이건 일종의 힌트와 같은데 학생들이 이런 친절함에 익숙해져 있으면 문제를 꼼꼼하게 읽지 않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위와 같은 문제에 쉽게 당하게 됩니다.
3번 문항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좀 더 친절했다면 아마 정답의 단위인 ‘개’를 괄호 안에 넣어주었을 것입니다.
( ) 개
이런 식으로 주어졌다면 이 학생들은 틀리지 않고 아마 거의 다 맞추었겠지만…사실 맞추는 게 중요한 건 아니죠. 차라리 이번에 틀렸으니 잘 됐습니다. 다음부터는 문제를 좀 더 신중하게 읽기를…
문제를 2개 제시하여 혼란을 주는 문제
다음 문제입니다.

위의 문제는 무려 13명이 틀렸습니다. 학급의 절반이 틀린 문제입니다. 심지어 평소 거의 학급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학생들의 오답이 많았던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서두에서 말했던 어림하기에 대한 학생들의 낯섬과 어색함이 잘 드러나는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올림과 버림, 반올림을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현금을 주고 계산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구매한 금액이 총 9200원이면 우린 당연히 만원짜리를 내밀게 되고 이것이 어림하기의 한 종류인 올림이 됩니다.
학생들도 이를 모르지 않으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려운 것은 만원을 내는 행위가 올림인가? 하는 것입니다. 즉, 만원을 내는 것과 어림하기의 개념을 서로 연결을 잘 짓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위의 문제를 많이 틀린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학생들은 접시가 몇 개가 필요한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올림인지 버림인지, 반올림인지 연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혼란을 일으키는 학생들에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위의 문항에서 접시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귤의 개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귤 352개를 모두 담기 위해서는 10개씩 담을 수 있는 접시는 36개가 필요합니다. 이 접시의 숫자는 사실은 360개를 담을 수 있는 접시인 것이죠. 즉, 352개를 360개 치는 것과 같으므로 이는 올림에 해당합니다.
반올림이나 버림은 반대로 귤의 개수가 350개인 것처럼 취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항에 아주 재밌는 오답을 기입한 학생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학급에서 성취도가 매우 높은 학생이었습니다. (늘상 만점을 받는게 특기) 오직 이 1문제만을 틀렸습니다. 그 학생의 오답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학생은 답을 ’36개’ 라고 썼습니다.
아마도 이 함정을 출제자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 문항 안에는 사실 2개의 문제가 있습니다. 학생에게 주어진 학생이 풀어야 하는 문제와 문제의 예제상황으로 주어진 문제, 이렇게 2가지죠.
그런데 이 학생은 안타깝게도 예제문항을 풀어버렸네요. 정답은 ‘올림’입니다.
어림하기의 단골 문항

위의 문제는 어림하기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유형의 문제입니다. 한 번이라도 이런 형태의 문제를 풀어본 학생은 잘 틀리지 않지만 처음 풀어보는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틀리기 쉽습니다.
반올림으로 어림한 값이 특정한 수가 되는 수의 범위를 정확히 찾아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수직선에서 찾아보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올림했을 때 1400이 될 수 있는 수의 범위는 위와 같습니다. 1350은 포함되고, 1450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해당되는 자연수들을 모두 구하면 1350부터 1400까지 51개의 자연수와 1401부터 1449까지의 49개를 합해서 총 100개의 자연수가 됩니다. 정답은 100개.
위와 비슷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네요.

개수를 세는 것이 아닌 범위의 양 끝의 수를 구해 더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17명이나 틀렸습니다. 오답은 주로 ㄴ이 들어가야 할 칸에 2249를 넣었거나, ㄱ과 ㄴ을 그냥 입력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한 단계 더 깊이 고민하거나 검토를 했다면 틀리지 않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정답은 4400입니다.
마지막 문제

꽤 창의적이고 독특한 문항입니다. 수의 범위를 알아내고 이를 조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요. 총 12명의 학생이 틀린 오답률이 높은 문항입니다.
자연수 부분이 될 수 있는 수는 6, 7, 8이고 소수 첫째 자리가 될 수 있는 수는 3, 4입니다. 이들을 조합해서 나올 수 있는 소수는 모두 6가지입니다.
그래서 정답은 6개.
마치며
지금까지 초등학교 수학 5학년 2학기 1단원인 수의 범위와 어림하기 단원평가에서 학생들의 오답률이 높은 문제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단원평가는 결코 쉬운 난이도의 평가는 아니었습니다. 평소 만점을 밥 먹듯이 받는 아이들도 1,2개를 틀렸을 정도니까요. 분명 만만치 않은 문항들이었고 꽤 분별력이 있는 평가 문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위의 문항을 모두 맞출 수 있다면 단원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학생으로 여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위의 총8문항을 조금 변형시킨 문제와 정답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