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등교한 첫 개학식 날, 학생들끼리 대화 시간을 가지고 각자의 목표도 정할 겸 빙고게임과 버킷리스트 세우기 활동을 진행했다.
- 방학에 뭐했니? 빙고게임
- 버킷리스트 세우기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세우는 것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조금이라도 삶의 자세를 세우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삶에서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보면 종국에 이르러서는 죽음을 좀 더 가깝게 인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인생이 유한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라는 제목의 책이다.
저자는 죽음과 함께해야만 삶(현재)의 가치를 비로소 깨닫는다는 핵심적인 통찰을 삶의 다양한 순간과 상황을 예시로 들며 에세이 형태로 전달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또한 죽음을 더 자주 더 가깝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상당 부분 현재의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주변 가족들에게도 이 책을 많이 추천하고 사드리고 했다.
학생들이라고 죽음을 멀리해야 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이런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여야 삶의 의미가 깊어지고 또 가치가 높아지는데 이러한 진리를 이해하는 것은 보다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이르면 이를 수록 좋은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어린 시절부터 떠올려보면 죽음을 직접 맞닥뜨리게 된 순간들이 있었다.
100세 가깝도록 장수하셨던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우리집 강아지가 어느날 아침 더이상은 움직이지 않던 날,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날,
살면서 매번 죽음의 공포에 삶이 휘둘려서도 안되겠지만 죽음을 마치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인 것처럼 오해하고 의미없는 삶을 살아서는 더욱 안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과거로 갈수록 죽음의 공포를 지금보다 더 생생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이란 적응이 빠른 동물이라 그런지 망각의 동물이라 역사가 흘러 평화로운 시대가 되자 이제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며 시간을 허비하거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자주 죽음을 언급하며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것도 나름 내 삶의 가치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주로 가족과 친구를 자주 죽음과 연관시켜 교육하는 편인데 이를테면 지금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이 내일은 다시 못볼 수도 있다는 점을 여러 상황과 연관시켜 실감나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죽음이란게 실로 많은 교육과 맞닿아있기도 하고 어쩌면 교육에 있어 본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빠지지 않는 명제라 그런지 이런 교육을 진행하면 기대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람을 죽게도 만들 수 있는 언행에 대한 경계심을 통해 안전교육, 생명존중교육의 효과가 발휘되기도 하고 조금만 비틀면 장애인식교육이 되며, 다른 면에서는 학교폭력예방교육이 되면서 교우관계나 가족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몇몇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몇몇은 대체 담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는 표정을 짓는 등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하는 아이들이 꽤 많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깨달아가기를 기대하며…